2026.07.13 (부제:부담감)
- 부담감(負擔感): 어떠한 의무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느낌 (표준국어대사전)
과거에는 어디를 가든 내가 가장 나이가 적은 사람이었고 막내였다. 하지만 이제는 대학에서도 그렇고, 어떤 집단에 가면 나보다 나이 적은 사람들을 종종 마주한다. 전적대(前籍大)에서도 교수님과 이야기하다가 “다른 동기들이 너를 많이 지켜보고 있어”라고 하셨다. 이때는 ’나 같은 사람을 왜 지켜보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도 크게 변함은 없다.
크게 두 가지가 있는 것 같다.
1. 대단한 인간도 아니고 그냥 죽지 못해 살아가는 인간 1에 불과하며
2. 나는 미치도록 운이 좋았다는 것이다.
오만해 보일 수도 있는데 사실이다. 한 인간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것이 작용한다고 본다. 국가, 부모, 지역, 학교, 사람, 그리고 가장 중요한 시대의 흐름. 첫째로 경제적으로 나를 충분히 지원해 줄 수 있는 부모님을 만났고, 둘째로 이 부모님은 내가 무엇을 하든 크게 터치하지 않으셨으며, 셋째로 궁극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걸 해볼 수 있는 시대를 만났다(코로나 이전의 세계여행, 또는 사회에 나가기 전 AI가 출현한 것). 어쩌면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후배들에게 자신에게 맞는 폼을 찾으라고 하는 것과 비슷할까 싶다.
가끔 나보다 나이 적은(어린 게 아닌 적은) 분들이 나를 보고 “많이 배운다, 닮고 싶다”라고 하면 기분이 이상하다. 나는 그럴 위인도 아니고, 나같이 살면 인생 피곤하다.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많다. 세상에 거저 얻는 것은 없다.
- 감각이 좋다, 취향이 뛰어나다.
우리는 수치화할 수 없지만, 누군가 무언가를 굉장히 잘하면 ‘동물적 감각’과 같은 말을 사용한다. 요즘은 오히려 수치화할 수 없어서 감각과 취향이 더 무서운 무기가 아닐까 싶다.
예를 들면 나는 나만의 맛을 보는 기준이 있다. 굉장히 명확하다. 단순히 음식뿐만 아니라 공간, 서비스, 위치, 가격 모든 것을 고려한다. 동네 국밥집부터 한 끼에 100만 원 하는 파인다이닝까지, 한 잔에 1,000원인 메가커피부터 한 병에 50만 원 하는 위스키까지.
이건 절대 하루아침에 생길 수 없다. 돈을 지불해야지만 경험하고 감각을 다듬을 수 있지만, 단시간에 형성되지는 않는다. 프릳츠 병기님이 그런 이야기를 하셨다. “부모님이 본인 취향을 형성하지 못할 만큼 바쁘게 살아서, 번 돈으로 나의 취향을 형성하게 해주셨다.” 열일곱 살에 처음 미슐랭 3스타를 먹었고, 이후 말도 안 되게 좋은 것들, 뛰어난 것들을 많이 경험했다. 이제는 이 감각을 좀 써먹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