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21 화요일 (부제: 여유와 생산성)

Share

1)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조지 소로스(트레이더), 알상무(트레이더), 김동조(트레이더), 이동진(영화평론가), 박소령(기업인)까지 하나같이 세상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읽고, 생각하고, 썼다. 금융계에 있다고 금융만 알고, 영화계에 있다고 영화만 보며, 경영을 한다고 경영만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예술, 사회, 철학, 법률, 심리, 자본 등 거의 모든 것을 탐구한다. 어쩌면 이것이 세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의 숙명이 아닐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공부하고 생각하는 일 자체에서 쾌락을 느끼는 종족이라는 점이다.

2)

5월이었나, 코스피가 폭등하고 있을 때 알상무가 이야기했다. 본인은 이 현상이 무섭다고. 그는 자신을 상이군인에 비유했다. 자신에게 금융시장은 전장이었고, 그곳에서 죽고 다친 수많은 사람을 보았기에 위험성을 잘 인지하고 있는데, 개인 투자자들은 너무 쉽게 돈을 벌려고 접근한다는 것이다.

3)

인간 집단에서는 애초에 ‘허수’가 기본값인가 싶다. “대중은 개돼지다”라는 말에 나는 어느 정도 동의한다. 나 역시 개돼지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 말을 한 사람의 직급과 발언이 나온 상황은 잘못되었다고 본다. 애초에 집단 전체에서 명석하고, 지혜롭고, 사리 분별을 잘하는 사람은 몇 되지 않는 것 같다. 결국 그런 사람들이 자본과 권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그런데 요즘 보면 개는 자기를 먹여 주고 키워 주면 인사라도 하는데, 인간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4)

금융계를 묘사할 때 소시오패스, 사회성 결여, 돈만 밝히는 사람, 이기주의자 같은 단어들이 자주 등장한다. 나인가 싶기도 하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저기인가?

5)

개인마다 타고난 재능은 있는 것 같다. 다만 그 재능이 지금 이 시대와 시점에서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예를 들어 굉장히 명석하고 분석에 뛰어난 사람이 조선시대나 군사정권 시기에 살았다면, 비판적인 어조로 말하다가 목이 날아갔을지도 모른다. 멧돼지를 기가 막히게 잘 잡는 재능은 청동기 시대에는 부족을 이끄는 힘이 되었겠지만, 지금은 빛을 발하기 어렵다. 그런 측면에서 신이 내게 준 재능이, 물론 그런 것이 실제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종이학 접기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6)

내 재능이라고 할 만한 것은 호기심, 그중에서도 인간에 대한 호기심인 것 같다. 인간에 대한 호기심과 인간관계를 잘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인 듯하다. 내가 시장을 좋아하는 이유는 시장만큼 인간의 본성을 가감 없이, 거품 없이 보여주는 곳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마음을 잘 유지해”라고 말로 외치는 사람과, 시장이 위아래로 10%씩 흔들리고 내 자본이 천만 원, 억 단위로 움직이는 순간에도 내면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전혀 다른 인간이다.

7)

특성화고를 나와 4년제 대학교에 오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 중 하나는, 인생의 선택에서 A와 B 중 하나를 고를 때 A→B와 B→A의 난이도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A를 ‘인문계→의대’, B를 ‘특성화고→파인다이닝’이라고 해 보자. 인간은 자신이 가진 정보 안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기에, 당시의 나는 요리라는 B를 선택했다. 그러나 나중에 자신의 진짜 재능이 공부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A의 길을 가고 싶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동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수십 배의 노력과 자본이 필요하다. 반면 A에서 B로 넘어가는 것은 적어도 불가능에 가깝지는 않다. 이것을 진입장벽이라고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삶의 중요한 선택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기준이 아닐까.

8)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1591년 명을 공격할 것이라고 이미 조선에 공개적으로 알림.
왜 여전히 조선과 명은 충분히 경각심을 가지지 않았는가?

  1.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조선 사신들이 귀국한 뒤 올린 보고에는 심각한 정보 불일치가 있었다.
  2. 황윤길은 “반드시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보고했고, 김성일은 “나는 그런 징후를 보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3. 황윤길은 서인이었고, 김성일은 동인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파벌에 속해 있었으며, 파벌이 다르면 곧잘 의도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놓곤 했다.
  4.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을 침략했을 당시, 명의 만력제와 조선의 선조는 이미 여러 해 동안 정권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시기 명과 조선은 경제와 문화 면에서도 크게 발전한 상태였다.
  5. 그러나 국내 정치에서는 끊임없는 당쟁과 숙청이 이어지고 있었다. 명에서는 1582년 장거정이 사망한 뒤 만력제가 조정의 많은 관리를 숙청했다. 조선에서는 사림파와 훈구파가 대립했고, 이후 사림파는 다시 동인과 서인으로 나뉘어 물과 불처럼 대립했다.
  6. 당쟁이 일어난 근본적인 원인은 각 파벌의 이익이었다.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모두 의리와 도덕을 내세웠다.
  7. 아이러니하게도 명과 조선 모두 태자 책봉 문제가 정치적 갈등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였다.
  8. 일본에서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오랜 분열을 수습하고 권력을 강화하고 있었다. 반면 명과 조선에서는 조정의 기강이 점차 해이해지고 있었다.
  9. 조선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위협을 충분히 경계하지 않았다. 명 역시 베이징에 전달된 일본 관련 정보를 중요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10. 일본에서는 오랫동안 내전이 계속되었기 때문에, 당시 명과 조선의 누구도 일본 내부의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11. 실제 칼과 총, 군대의 규모를 직접 보지 않은 상태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난폭한 어투가 담긴 편지만으로는, 일본에 이미 강력한 통일 권력이 등장했다는 사실을 누구도 쉽게 믿지 못했다.
  12. 명·조선·일본 사이에는 서로 교류할 수 있는 통로가 있었지만, 명과 일본 사이의 감합무역은 16세기 중엽에 중단된 상태였다.
  13. 사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1587년 일찍이 쓰시마의 다이묘 소 요시토시를 통해 조선에 서신을 보내, 명을 공격하는 데 선봉을 맡으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소 요시토시는 조선의 반발을 막고 교역을 계속하기 위해 서신의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14. 이 때문에 조선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가한 위협의 실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15. 현대도 마찬가지지만, 전근대 동아시아 국가 간 교류에서는 예제가 매우 중요했다. 그러나 예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도요토미 히데요시 같은 인물이 등장한다면, 기존의 외교 규범과 제도만으로 그를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

>요즘 동북아시아 삼국에 대한 공부를 계속 하고 있다. 한중일 학자들 각각의 책을 읽고 있는 중. 역사가 반복 되는게 아니라 인간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 지금과 크게 다를게 없어서 더 무섭기도. 도요토미 히데요시 같은 트럼프가 세상을 휘젓고 있고 한국의 정치는 분열되 물과 불처럼 대립한다. 그리고 그 피해는 항상 가장 연약한 인간들에게 가장 크게 향한다.

Read more

2026.08.12 수요일 (부제: 술)

1) 확실히 술을 줄이니 몸이 가벼워짐. 아직 제 시간에 일어나는게 안되긴 한데 일어날때 머리 아픔이 없다. — 2) 술을 마실때 혼자 마실때 몸에서 일어나는 작용과 함께 타인과 마실때 일어나는 작용은 다를까?어떻게 다르지? — 3) P35 한국에서는 유급이 절대적인 마이너스가 아니다. 이유는 분명하다. 구단은 결국 “조금 더 빨리 전력화할 수 있는가”를

By Kevin oh

2026.08.11 화요일 (부제: 희생과 양보)

1) 아버지가 아침에 전화를 하셨다. 할머니가 아프셔서 봐줄 사람이 필요한데 2주동안 할머니댁에 갈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방학이라서 할 일 없으니. 그리고 2시간 동안 식사를 해야하는데 마땅한 사람이 없어서. 그런데 마침 편입을 준비하고 있었고 2주동안 시간을 비우게 되면 금전적 수익도 줄어든다. 어떻게 해야 할까. 2) 사람들에게는 제일 많이 이야기하는 주제가

By Kevin oh

2026.08.10 월요일 (부제:정신과 체력의 집중)

1) “열심히 이사하고 첫 아침에 멋진 선물같은 이야기네~ 고마우이.이런 귀한 조언들을 듣고 실천할 수 있는 용기에 응원과 격려를 보내오. 그대가 보내주는 글들이 점점 차분하게 수렴하고 있는만큼 자신의 정신과 체력을 무섭게 집중하게 되리라 믿고있소.쓸데없는 인간을 만나지 않되 사람을 도구로 쓰지도 않는 그 어딘매가 참 어렵습디다. 어떻게 살든 일단 숨이

By Kevin o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