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22 수요일 (부제: 능력없음)
1)
구체적인 목표가 없고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없다. 불안함? 이런게 그쪽에서 오는 것 아닐까. 내면적으로는 엄청난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인간인데 이걸 성장시킬 수 있는 환경 혹은 그쪽으로 가질 않으니.그럼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사람이 계속 뭔가 붕 떠있는듯한 느낌인데 왜 그럴까. 무엇에 떠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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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리가 하는 고민의 거의 대부분은 능력부족에서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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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P9
그러나 안타깝게도 요즘 사람들은 책을 너무 안 읽는다. 경제는 발전하고, 법과 기술은 눈부시게 진보하는데, 세상살이가 갈수록 팍팍해지는 가장 큰 이유가 ‘책을 읽지 않아서’에 있다는 데, 내 재산의 절반 정도는 걸 수 있다.
이토록 문해력이 떨어지는데, 사람을 이해하는 ‘인해력(人解力)’이 어떻게 생길 수 있겠는가. 이해조차 어려운 타인들과 사는 세상에서 어찌 공감과 행동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책이 당장 밥과 돈으로 전화(轉化)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지금 바로 책을 읽어야 한다. 독서는 3년 뒤, 10년 뒤, 20년 뒤, 아니 평생에 걸쳐 핵심 자산이 되어, 그 어떤 재테크보다 더 많은 복리의 이익을 안겨줄 것이기 때문이다.
보증이라는 단어에 경기(驚忌)를 일으키는 법률가인 내가, 독서의 효능만큼은 자신 있게 보증하는 것도 그래서다. 특히 장기 투자일수록 기대 수익이 극대화된다는 면에서, 독서는 젊은이에게 훨씬 더 큰 가치가 있다. 따라서 젊은 시절부터 가능한 한 많이 읽어야 한다.
생존을 위해서도 독서는 절대적이다. 인공지능에 맞설 방도는 독서 말고는 없다. 오직 책 읽는 인간만이 살아남아 인공지능과 겨룰 수 있을 것이다.
<죄와 책-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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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P23
부산 동부지원에서 처리했던 사건이다. 경미한 절도 전과 3범인 L이 다시 법정에 섰다. 공소장에 적힌 범죄 사실은, 자기 동네에 있는 T마트에서 깨소금 1개, 고춧가루 1개, 충전기 1개, 껌 1개, 변기 세정제 1개 합계 45,350원 상당의 재물을 절취하고, 한 달 뒤에 다시 같은 마트에서 샴푸 1개, 포도씨유 1개 합계 31,500원 상당의 재물을 절취했다는 것이었다. 재판 전에 그가 미리 써낸 의견서에는 “위암과 고혈압, 빈혈로 고생 중이며 투자사기를 당해 가족과 떨어져 지낸 지 오래됐는데 수시로 죽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적혀 있었다.
법정에 출석한 L이 너무 말라 깜짝 놀랐다. 재판보다 그의 안위가 걱정된 나는 인정신문과 증거조사를 서둘러 마치고, 건강은 어떤지, 위암과 심한 빈혈로 서 있기도 힘들고, 감옥 가기 무섭다는 양반이 전과도 있으면서 절도는 또 왜 했는지 타박을 섞어 물었다. 그는 “너무 없이 살다 보니 살짝 눈이 뒤집혔던 것 같다. 몸도 안 좋고 냉장고는 텅 비어 있고, 맛있는 반찬을 먹고 싶은데 수중에 돈은 없고 그래서 죄의식 없이 충동적으로 도둑질을 한 것 같다”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가 측은해진 나는 돌봐줄 가족은 없는지 물었다. 그는 **“부모는 일찍이 돌아가셨고, 나머지 형제들도 고인이 됐다. 유일한 혈육인 큰누나가 타지에 거주하며 가끔 안부 전화를 하는데 왕래는 없고, 두 번 결혼했다 두 번 이혼했는데 아들이 두 명 있다”**고 답했다. 내가 다시 물었다. “아드님은 몇 살인가요?” 눈을 반짝이며 아들 나이를 셈해본 그가 말했다. “큰놈은 마흔이고, 둘째는 서른여덟이네요.”
내가 말했다. “언제 마지막으로 보셨어요? 아드님들 보고 싶지 않으세요?”
잠시 침묵하던 그가 단호하게 말했다. “연락 끊긴 지 30년 됐습니다. 양육비도 안 준 제가 자식 볼 면목이 있겠습니까. 걔들도 저를 찾지 않을 겁니다. 사람이라면 그러지 않는 편이 맞습니다.”
맞는 말이라 더는 대화를 이어갈 수 없었다. 변론을 마치며 최후진술을 해보라고 하자 그는 “다른 사람들과 동행하며 슬픔을 잊고 긍정적으로 살고 싶습니다”라고 다소 거창하게 말했다. 3주 뒤로 선고기일을 잡았다.
선고 전날 판결을 작성했다.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보호관찰’이라는 결론까지는 쉬웠으나, 보호관찰 안면에 부가하는 특별준수사항에서 한참을 머뭇거렸다. 그의 깡마른 몸 때문일까, 아니면 30년 동안 아들을 보지 못했다는 아버지의 마음에 이입해서일까. 나는 고민 끝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1.경제적이나 정신적 문제 등으로 어려움이 있을 경우 보호관찰관이나 사회복지사 등 주위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할 것. 2.아버지로서 두 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꼭 기록해두고, 기회가 되면 전달할 수 있도록 힘쓸 것. 3.남은 일생 두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 것.”
집행유예에 보호관찰을 부과했지만 처음 적어보는 준수사항이었다. 판결문 작성을 끝내고 집으로 가는 길에 T마트에 들러 상품권 20만 원어치를 샀다. 다음 날 선고를 마치고 그에게 당부했다.
“자존감을 잃으면 살기 어렵습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꼭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십시오. 체면하지 말고 부인들은 몰라도 아드님들만큼은 꼭 연락해보세요. 이런 모습으로 만나기는 어려우니 치료 잘 받으시고 준수사항 꼭 지키시고요. 아, 그리고 T마트 상품권 몇 장 넣었으니 드시고 싶은 것 있으면 계산하고 드세요.”
그는 당최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상품권과 안내장을 품에 꼭 안고 비틀거리며 퇴정했다. 뼈만 앙상한 그가 법정을 걸어나가는 모습이 마치 자코메티의 조각 <걷는 사람> 같았다.
나는 그가 다시 나아가주기를 바라며 석 장짜리 판결문으로 그를 사회로 재송달했다. 퇴정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그의 최종 송달처가 어디일지 궁금해졌다. 그는 내 바람대로 죽기 전에 두 아들에게 닿을 수 있을까. 두 아들과 우리 사회는 과연 그를 받아줄까, 아니면 끝내 수령을 거부하며 반송할까. 그가 반송된다면 송달불능 사유는 아마 ‘실기(失期)’겠지.L과 전 세입자와 비틀비가 우편물이듯, 우리는 모두 일종의 우편물이다. 인생은 서로에게 가닿으려는 행위가 무수히 반복되는 여정이다. 송달불능 우편물이 폐기되듯 누구와도 연락이 닿지 않는 인간은 삶을 지속할 수 없다.
L과 비틀비를 보며 스스로 되묻곤 한다. 나는 지금 가야 할 곳으로 제대로 송달되고 있는가. 우리는 서로의 우편물로서 누군가를 제대로 수령하고 있는가. 참된 소통은 회피하고 공시송달마냥 수령을 간주한 채 그저 받은 척 연기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
정녕, 나는 너에게, 너무 늦은 편지 아니냐.정녕, 우리는 서로에게 없는 주소 아니냐. <죄와 책-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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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박주영 지방법원 부장판사의 새로운 책, 『죄와 책』.
가난. 나는 가난을 모른다. 고백이라는 단어를 붙이기에는 거창하다. 그냥 사실이다.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른다.아버지는 붕어빵을 팔고 정수기를 판매하며 번 돈으로 대학을 다녔다.하지만 나는 중학생 때 오사카에서 30만 원짜리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을 갔다. 설날에 친척들이 모였을 때 아버지는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우리 아들은 나도 못 먹어본 30만 원짜리 밥을 일본에서 먹고 다닌다니까요.” 아버지는 이 말을 했을때 어떤 느낌이었을까.
하지만 아버지는 아직도 회사 근처 5,000원짜리 백반을 드신다. 지금은 의료기기 사업을 하시기에 금전적으로 부족함이 전혀 없지만, 본인에게 필요 없다고 판단하면 좀처럼 돈을 쓰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그런 아들로 태어나 자랐기에 돈이 없었던 적은 있지만, 가난했던 적은 없다.
내게 돈이 없다는 것과 가난은 다르다. 그 차이는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있다고 생각한다. 생존에 필요한 것 이상을 하고 싶을 때 돈이 없어 하지 못하는 것과, 생존에 필요한 것조차 없어 하지 못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가난을 겪어보지 못했기에 가난한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에는 필연적으로 한계가 있다. 원래도 타인에게 관심이 많은 편이 아니다. 내 삶과 내 목표가 더 중요하다 보니 이런 문제에 꽤 무디다.
그래서 이런 방식으로라도 타인의 삶을 배우고, 생각하고, 고민해 보지 않는다면, 그리고 ‘세상에는 나 같은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구나’를 끊임없이 자각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사회와 격리된 채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가슴이 먹먹하면서도, 이토록 불공평한 세상에 분노하면서도.어디를 향해 가야 할까.어디를 바라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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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배운다는 것.
나는 배움의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잘 살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평생 실용적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뜬구름 잡는 공부가 너무 힘들었다. 정답이 없는 세상에서 다섯 개의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고, 왜 그런 답을 골랐는지 설명해야 하는 시험. 그런 시스템 속에서 나는 늘 질문했고, 고민했고, 때로는 굉장히 뒤처졌다.
그래서일까. 경제학, 심리학, 철학, 정치학을 배우면서도 항상 같은 질문을 던졌다.‘이 지식을 내 삶에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 (쓸모 없는걸 굉장히 싫어한다)노동경제학에서는 최종학력의 경제적 가치를 계산하는 모형을 배운다. 경제학에서는 비용이 수반되지 않는 것은 없다. 돈에도 비용이 있고, 그것을 우리는 이자라고 부른다.
대학에 진학하는 것 역시 하나의 비용이다. 등록금만이 아니라 시간, 기회비용, 그리고 청춘까지 투자해야 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대학에 간다. 그 이유는 자신이 얻게 될 편익이 그 비용보다 더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어떤 결과물을 얻을까. 아니 이미 결과물이 만들어져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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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
쓸데 없는 짓을 하지 않는 것.
쓸데 없는 짓을 하지 않는 것의 핵심은
쓸데 없는 인간과 시간을 보내지 않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