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31 금요일 (부제: 성심당)
1)
동생 생일이여서 대전에 들려서 성심당 케이크를 샀다. 생각해봤는데 성싱담에 줄 서서 빵이나 케이크 구매하는 남자들 97.9%는 자신이 먹을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먹을 걸 구매하는 것 아닐까. 99.9%일까
2)
아버지와 어머니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집 근처에 있는, 전통주와 한식을 함께 페어링하는 곳에 갔다. 속으로 ‘아버지가 웬일로 이런 곳을 골랐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엄청나게 비싼 곳은 아니었지만, 아버지의 성격과는 조금 거리가 먼 느낌이었다.
본가에 내려오기 전부터 아버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아버지를 보고 있으면 참 많은 생각이 든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나는 어떤 어른이 될 것인가. 요즘은 특히 내 성향이 아버지와 많이 닮았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아버지의 모습과 그의 행동 방식, 사고방식이 내가 하는 행동에서도 많이 보인다.
어머니는 그것을 ‘아버지의 그늘’이라고 표현하셨다.아버지의 그늘이라.어머니는 내가 그 그늘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런데 과연 아버지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아들이 있을까. 벗어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리고 꼭 벗어나야만 하는 것일까.
어제 밥을 먹으면서 특히 느낀 것은, 내게 뚜껑이 열리는 스위치가 있듯이 아버지에게도 뚜껑이 열리는 스위치가 있다는 점이었다. 나는 누군가가 선을 넘는다고 느낄 때 화가 난다. 아버지에게는 그것이 일종의 ‘부채’와 관련된 감각인 것 같다. 아버지는 가장으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책임감이 매우 강한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가족들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을, 마치 자신의 시간과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행동처럼 받아들이는 것 같다.
어쩌면 정말 그런 면도 있는 것일까. 우리 모두가 아버지에게 끊임없이 ‘해줘’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처음에는 두 개의 메뉴가 나왔다. 그리고 내가 메뉴 하나를 더 주문했다. 점심으로 햄버거를 먹은 뒤 저녁은 먹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두 개로는 부족하다고 느꼈다. 일반적인 식당이 아니라 전통주에 맞춘 메뉴를 내는 곳이다 보니 음식의 양도 많지 않았다.
문제는 세 번째 메뉴가 나온 뒤였다. 아버지의 얼굴이 갑자기 변했다.
“왜 이걸 더 시켰냐.”아버지는 따지듯이 물었다.내가 뚜껑이 열리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대개 내가 정당하게 누려야 할 권리를 누군가 침해한다고 느낄 때다. 물론 ‘정당함’과 ‘권리’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예를 들어 수영장 상급자 레인에서 킥판을 잡고 발차기만 하는 사람을 보거나, KTX 안에서 큰 소리로 떠드는 사람을 보면 나는 몹시 화가 난다. 아버지가 메뉴 하나 때문에 화를 낸 것도 비슷한 맥락인 것 같았다. 아버지가 생각하는 기준이 있는데, 그 기준과 다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아버지의 생각에는 메뉴 두 개면 충분했다. 그런데 갑자기 세 번째 메뉴가 나오면서 계획에 없던 일이 발생했다 앞에서 부채의식이라고 표현했지만, 솔직히 메뉴 하나의 가격은 2만 원도 되지 않았다. 내가 계산할 수도 있는 금액이었다. 그러나 아버지에게는 단순히 2만 원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 같다. 자신이 들인 노력과 자신이 감당해온 책임을 가볍게 여기는 행동처럼 느껴졌던 것이 아닐까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저러면 안 되는데.’ ‘나도 저런 성향이 강한데,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그 상황에서 아버지에게 설명했다.
1)나는 저녁을 먹지 않아 배가 고픈 상태였다. 2)메뉴 하나를 더 주문한 것은 아버지의 돈을 함부로 쓰겠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3)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다 함께 기분 좋게 저녁을 먹기 위해 모인 것 아니냐고 말했다.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아버지는 조금 진정된 뒤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계산은 어머니가 했다.부모가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아들을 키운다는 것은 무엇일까.참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