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 in Tokyo(26.07.05~07.08)
정리
- 총 8군데의 카페 방문
- 카페는 모두 프릳츠 대표님 추천으로 방문했다. (카페와 함께 코멘트를 남겨주셨는데, 너무 좋았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 덕분에 도쿄 여행이 한층 풍성해졌다.
"맛이란 미식 경험의 30% 정도이다. 도쿄의 이 플레이어들은 나머지 70%를 어떻게 채울지 고민하고, 각자가 믿고 추구하는 방식으로 그것을 채우고 있었다."
07.05 일요일
1. Leaves Coffee




내가 주문한 커피는 다음과 같다.
PANAMA ELIDA VUELT
WASHED GEISHA, BOQUETE, 1950M
남겨주신 코멘트는 "정말 정말 훌륭한 커피"였다. 걸어서 갔다. (구글맵은 버스를 타라고 했는데, 정류장을 못 찾았다.) 앞에 도착하니 카페가 통창으로 꾸며져 있었다.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고, 앞선 손님들 뒤에 서서 2분 정도 기다리니 안에 계신 직원분이 나와 메뉴판을 건네주셨다. 내부 좌석은 10개 정도. 회전율이 좋을 수 없는 구조다. 그래도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다. 한 10분 조금 넘게 기다린 것 같다. 내부로 들어오면 자리에서 기다리다가 순서대로 주문한다.
- 추출에 수평계를 쓰는 카페
- 도대체 이들의 장인정신은 어디서 나오는 건가
- 손님에게 내기 전, 모든 컵을 테이스팅한다
- "이 정도면 내 자신에게 만족한다", 그런 느낌일까
- 좌석은 10개, 직원분은 5명, 주 4일 오픈. 이걸로 어떻게 돈을 벌지?
- 오늘 마신 커피는 한 잔에 3만 원 하는 파나마 게이샤. 3만 원짜리 커피를 마시는 손님은 무엇을 기대하고 오는 걸까
- 향: 캐모마일의 향, 꽃 향
- 맛: 처음에는 향에서 온 그 맛이 입에 들어온다. 이어서 복숭아와 포도의 산미가 올라온다. 굉장히 빠르게 올라갔다 내려간다. 오타니의 부드럽지만 힘 있는 스윙이랄까. 그리고 그 뒤에 콩 맛이 난다. 코코넛이라고 표현했는데, 잘 구운 콩을 입에 넣고 오물오물했을 때 그 콩 맛이다.
이곳에서 오늘 '클린컵'이라는 개념을 배운 것 같다. 클린컵이 나오려면 전 과정이 탄탄해야 한다. 좋은 원두부터 좋은 로스팅, 분쇄, 추출까지. 즉 속일 수 없고 숨을 수 없다. 각 파트에서는 -3이어도, 이것들이 모두 모여 한 컵을 이루면 그 차이는 크다. 그런 점에서 리브즈는 정말 뛰어났다. 그래서 드립백 형태의 게이샤 팩을 하나 구매해서 나왔다.
07.06 월요일
2. Glitch Coffee



내가 주문한 커피는 다음과 같다.
YUAN / CHINA DEHONG / CATIOMR P4 / YEAST FERMENTATION / 1400M
MILAN / COLOMBIA RISARALDA / CULTURING / 1600M
CAMPO / COLOMBIA QUINDIO / ENIGMA BLACK / 1650M
어제 Leaves Coffee를 다녀온 것이 큰 이점이었다. Glitch는 Leaves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가는 듯한 공간이었다. Leaves가 커피 한 잔에 쏟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는 곳이었다면, Glitch는 커피가 얼마나 다양한 모습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곳이었다.
두 공간 모두 매우 뛰어난 접객을 보여주었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방향성의 차이가 드러난다. Glitch에서는 먼저 줄을 선다. 그리고 매장에 들어가기 직전, 밖에서 대기하는 직원분과 이야기를 나눈다. 이 사람이 Glitch를 왜 찾아왔는지, 처음 방문하는지, 평소 어떤 커피를 마시는지를 메모한다. 이후 안으로 들어가면, 그 노트를 바탕으로 다른 직원분과 함께 원두를 고민한다. 원두는 11가지가 있었고, 모두 향을 맡아본 뒤 바리스타와 대화하면서 경험해보고 싶은 원두를 선택한다. 커피는 따뜻하게 마실지, 차갑게 마실지도 선택할 수 있다.
선택이 끝나면 옆에서 또 다른 직원분이 바로 추출을 해주신다. 커피를 마시기까지 총 3단계를 거치는 셈이다. 이곳을 추천해준 프릳츠 병기님도 대기 시간이 꽤 걸릴 수 있다고 했는데, 이 프로세스를 보면 그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나에게 신경을 쓴다는 것은 다른 손님에게도 그만큼 신경을 쓴다는 뜻이고, 그러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나는 대기부터 원두 선택, 추출, 그리고 커피를 마시기까지 길어도 2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직원분께 물어보니 주말에는 1시간을 기다릴 때도 있다고 한다. 시스템을 보니 그럴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추출해주신 바리스타분과 영어로 이야기하다가, 우연히 한국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바로 한국어로 바꿔 대화를 나누었다.
원두 3개는 모두 비슷한 중심을 가지고 있었다. 단맛과 향긋한 복숭아 향. 하지만 뻗어나가는 줄기는 저마다 달랐다. 중국 커피를 맛보고 싶었는데, 이곳에서 처음 맛보았다. 차밭을 밀고 커피나무를 심어 원두를 생산한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경제적으로 더 이득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기했다. 정말 마지막에 차에서 나오는 은은한 향기가 커피의 뒤를 받쳐주었다. 두 번째 커피는 복숭아 립톤 그 자체였고, 세 번째 커피는 홉, 그러니까 맥주에 쓰는 그 홉을 발효 과정에서 함께 넣은 원두였다. 원두를 고를 때는 향이 굉장히 강했는데, 추출하고 나니 그 향이 커피 안에 응축되어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츠키지 시장에서 마구로동에 사케를 곁들이고 바로 Glitch로 왔는데, 이 루트는 꽤 훌륭한 것 같다.
3. Nexpect Coffee


내가 주문한 커피: 따뜻한 카페 라떼
러닝 전에 들른 가게. 사람들이 내 음식이나 음료 취향을 물어보면, 나의 대답은 간단하다. "맛있으면 다 좋아요." 진짜다. 맛만 있다면 못 먹는 건 거의 없다. 그리고 이 맛에는 의도와 균형, 그리고 조화가 담겨 있어야 한다. 내가 이것을 왜 만드는지, 이를 어떻게 서로 균형 잡을지, 그리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전체의 조화를 어떻게 끌어낼지 말이다. 라떼를 좋아한다. 따뜻한 우유 폼이 그렇게 기분이 좋다. 내게는 없는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어서. 약배전 원두가 베이스인 라떼였는데, 또 새로운 재미였다. 강배전이 초콜릿처럼 묵직하게 우유와 어우러진다면, 약배전은 우유의 묵직함을 산미가 잡아주는 느낌이다.
07.07 화요일
4. KOFFEE MAMEYA




내가 주문한 커피는 다음과 같다.
따뜻하게 — Leaves, Bertha Huaylla SL9, Peru (SL9이 독특한 품종이라고 설명해주셨다)
차갑게 — Tokado, Seasonal Blend
KOFFEE MAMEYA(豆屋, まめや). mame = 콩·씨앗, ya = 가게라는 뜻이라고 한다. 즉 커피콩 전문점이다. 이곳도 커피를 다양하게 즐겨볼 수 있다. 이날은 총 20개의 원두가 구비되어 있었다. 사실 이 공간은 커피를 마시는 곳이라기보다 커피 원두를 구매하는 데 더 치중되어 있다. 커피를 내려주고 나서 머그잔이나 컵에 주지 않길래 이유를 물어봤다. 커피를 마시는 경험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라, 원두를 구매할 때 한 잔 맛보고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공간의 취지라고 하셨다. 즉 손님이 원하는 취향에 따라 원두를 '처방'해주기 때문에, 직원분들도 약사 가운을 입고 배경도 약재방처럼 꾸몄다는 것이다.
따뜻한 것과 차가운 것을 각각 하나씩 주문했다. 처음에는 MOMOS를 추천해주셨는데,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다른 걸 추천해주셨다. (이 바리스타분과도 처음엔 영어로 이야기하다가 둘 다 한국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Leaves 원두가 있길래 주문했다.
Leaves를 추출해주셨는데, 테이스팅을 하시더니 결점 원두가 들어 있어 다시 추출해주셨다. Leaves는 역시 Leaves였다. 정말 아름다운 클린컵이었다. 그리고 Milk Beverage도 있었는데, 콜드브루 추출 방식에서 물 대신 우유를 사용했다고 설명해주셨다. 매일 다른 원두로 추출하기 때문에, 방문할 때마다 어떤 원두로 추출했는지 경험해보는 것도 재밌다고 하셨다. 밀크 베버리지는 (다 못 마실 것 같아) 살짝 맛만 보여주셨는데, 굉장히 기분 좋았다. 우유에 커피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우유의 지방과 잘 어우러졌다.
두 번째로 마신 차가운 Tokado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바리스타분이 원래 차가운 커피를 별로 안 좋아하셨는데, 이 원두를 콜드브루로 마셔보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하셨다. 그 설명에 혹해서 주문했는데, 처음 혀에 닿았을 때는 아무 느낌이 없다가 중간쯤에서 혀에 장미가 피어오르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느껴지는 것도 장미와 비슷한, 꽃의 우아함이 입을 채웠다. 그런데 이곳도 Glitch처럼 타이밍을 잘못 잡으면 웨이팅이 길어질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5. Little Nap Coffee




내가 주문한 커피: Caffe Latte Ice
이번 여행은 단순하면서도 복잡했다. 카페와 카페 사이를 걸어가며 팟캐스트를 듣고, 생각에 잠기곤 했다. MAMEYA를 방문했다가 요요기 공원을 가로질러 간 카페다. 외관은 어딘가 샌프란시스코 부두에 있는 창고 같다. 내부는 작았지만, 그곳만의 정취를 가지고 있었다. 바리스타분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전에 패션업계에서 근무하셨다고 했다. 그래서 이렇게 감각이 좋으시구나 싶었다.
분위기가 좋다는 것은 모든 게 일정 수준 이상이라는 뜻 아닐까. 알맞은 인테리어, 맛있는 커피, 좋은 노래. 그리고 머핀도 맛있었다. 코스트코 머핀처럼 먹으면 혈관이 막힐 것 같은 단맛이 아니라, 적당함보다 조금 더 단 정도. 처음에는 손님이 나밖에 없어서 마음 한켠으로 걱정(?)을 했는데, 괜한 생각이었다. 곧 손님들이 끊임없이 들어왔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던 손님, 친구들과 함께 온 손님, 아기와 함께 온 손님, 혼자 오신 할아버지 손님 등등.
공원을 걷다가 들르면 딱 좋은 장소.
6. Fuglen Tokyo





내가 주문한 커피는 다음과 같다.
Peru
La Pomarrosa
Yellow Geisha
1863m
Little Nap Coffee 근처에 있다. 이미 커피를 많이 마셨지만, 다음 날 귀국이라 방문했다. 한국 Fuglen은 아직 못 가봤다. 나중에 비교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밤에는 바(bar)로 바뀐다고 했는데, 어떤 분위기일지 궁금해질 정도로 유니크한 느낌이 들었다. 한국의 프릳츠(Fritz) 카페에서도 나는 바 자리를 선호하는데, 작은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움직이며 추출하는 커피는 언제 봐도 하나의 행위 예술 같다. 마치 혼돈 속의 균형이라고 해야 할까.
몇 가지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는데, 하나는 설명에 관한 것이었다. 커피 노트에 농부의 얼굴이 담겨 있었다. 내 기억에 얼굴 사진을 넣은 곳은 이곳이 처음인 것 같다. 다른 곳은 왜 하지 않았을까? 잉크 값이 많이 들어서일까, 아니면 그 브랜드가 지향하는 방향이 다른 걸까? 막상 사진 없이 글자로 깔끔하게 커피 노트를 적은 것도 좋은 것 같고, 내가 커피 농부라면 손님에게 내 모습이 담긴 사진이 전해지는 게 기분 좋을 것 같기도 하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커피 테이크아웃 잔이었다. 뚜껑이 있는 컵이었는데, 손잡이까지 달려 있었다. 그 디테일 하나. 그리고 그런 디테일이 모여 넘볼 수 없는 위치를 만드는 것 아닐까.
07.08 수요일
7. Blue Bottle Coffee Aoyama




내가 주문한 커피: Caffe Latte Hot, Cheese Cake
도쿄에서의 마지막 날. Blue Bottle 본점도 다녀왔다. 이전에 간 카페들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자본이 있는 카페는 어떻게 플레이해야 하는가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오전 10시가 조금 안 된 시간인데, 카페는 이미 북적였다. 젊은 회사원부터 신문을 읽는 노인분들까지 연령대가 다양했다.
공복에 커피를 마시기에는 부담이 되어, 따뜻한 라테와 치즈케이크를 함께 주문했다. 라테 아트는 매우 세심했고, 치즈케이크도 맛있었다. 블루보틀답게 맛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 책 읽고 글쓰기 좋은 공간이었다.
8. Coffee County Tokyo




내가 주문한 커피는 다음과 같다.
Kenya
Gikirima AB
SL28, Ruiru 11, Batian
1,800m
Washed
도쿄에서 마지막으로 들른 카페.
날씨가 덥다 보니 걸어서 이동한 뒤에 따뜻한 커피를 마시기가 쉽지 않았다. 이곳에서도 시원한 커피로 주문했고, 이미 커피를 몇 잔 마신 터라 무난한 산미의 커피로 주문했다. 병기님이 웨이팅이 있을 거라고 하셨는데, 평일이라 그런지 여기도 웨이팅은 따로 없었다.
처음 커피를 마셨을 때는 입에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혀에 닿고 2초 후, 그러니까 중간에서 끝으로 가는 감각 지점에서 맛들이 하나둘씩 올라왔다. 약배전이 아니다 보니 확실히 묵직한 맛이 많았다. 견과류나 건자두의 맛. 로스팅에 굉장히 강점이 있는 공간이고, 원두를 구매하면 커피도 한 잔 무료로 주신다. (집에 지금 브루잉 기구가 없어서 원두는 사지 못했다.) 진열된 디저트도 굉장히 맛있어 보였는데, 다음번에는 꼭 먹어봐야겠다. 그리고 일본인들은 왜 그렇게 화장실 디테일에 집중하는 걸까.
뛰어난 플레이어들을 보는 건 언제나 즐겁다.